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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서부 2주 로드트립 - Devil's staircase 하이킹

와이오밍

by 미국산타 2025. 11. 13. 06:04

본문

미 북서부 2주 로드트립 1,2일차

 

미 북서부 2주간의 로드트립의 시작 -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매년 여름이 되면 우리는 로드트립을 떠날 생각에 들뜬다. 우리는 주로 국립공원을 위주로 로드트립을 가는 편인데 겨울의 궂은 날씨 때문에 1년 중 공원을 전체 개방하는 달은 몇 달 되지 않는

migook-santa.tistory.com

 

2023.08.14

새벽부터 일어나서 Inn에서 짐을 챙겨 바삐 나왔다. 22마일의 역대급 (지금까지 한 등산 중 가장 긴) 장거리 트레일이 될 예정이다. 최소 12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부터 하이킹을 시작해야 한다.

이후로는 그랜드 티톤 공원과 옐로우 스톤 공원에서 계속 캠핑을 할 예정이라, 오늘 Inn이 마지막 현대식 숙소이다. 그래서 필요한 전자제품들을 모두 재 충전했다.

 

Devil's staircase는 와이오밍에 위치한 트레일이고, 우리가 묵은 아이다호 Inn에서 약 1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 그랜드 티톤 바로 남쪽에 위치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립 공원 내에 위치해 있지는 않고 Jedediah Smith Wilderness 야생구역에 있다. 여행 계획을 짜던 시기에 우연히 발견한 이 와이오밍 하이킹 사진을 보고 이 곳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등산이 되겠다고 단번에 느낌이 왔다. 그만큼 사진만으로도 압도적인 자연이었고, 그래서 2주 일정 동안 내가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한 트레일이기도 하다.

 

이 트레일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하루를 자는 백패킹 일정으로 오기 때문.

 

하지만 우리는 백패킹은 해 본 적이 없고, 그럴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백패킹에 도전하려면 적어도 쉬운 백패킹 코스를 먼저 연습을 해야하는데, 이 트레일은 초보자 코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사진속의 산맥을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하이킹 정보

  • Jedediah Smith Wilderness / Devil Staircase, Death Canyon Shelf and Phelps Lake
  • 거리 21.3마일 (약 34.2km)
  • 누적 고도 상승 3,425피트 (1,044m)
  • 평균 하이킹 시간 +12 시간
  • 난이도 ★ ★ ★ ★ ★ 
  • 알아둘 사항: 트레일이 매우 길기 때문에 새벽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은 넉넉한 편.

 

우리는 이 트레일의 21.3마일을 넘어 Teton Crest trail의 일부까지 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참고로 Teton Crest 를 완주하려면 약 40마일(65km)의 하이킹을 해야 한다. 이 백패킹 트레일은 많은 백패커들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한 매우 유명한 코스이다. AllTrails의 하이킹 경로보다 더 걸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15시간 이상이 소요될 거라고 미리 계획했다. 그리고 해가 지는 시간 + 내려오는 시간을 감안해서, 오후 9시까지는 주차장에 다시 도착하는 걸로 계획했다. 하산이 7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계산해서 오후 2시 이전에는 하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정도의 장거리 하이킹은 처음이라 준비물과 하산 계획 등을 철저히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이 곳은 여름에 곰이 매우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베어 스프레이는 필수! 특히 곰이 빈번히 나오는 곳에 하이킹이나 백패킹을 할 때는, 혼자서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발소리나 대화 소리가 계속 들리게 소음을 좀 내는 게 좋다고 한다. 우리는 베어벨이라고 불리는, 가방에 달고 다니는 작은 벨도 하나씩 챙겼다.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하이킹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라 주차장 자리는 넉넉했다. 차 대시보드쪽으로 솔라패널도 펼쳐놓고 (햇빛이 세다면 약간이라도 충전이 되길 기대하며..) 각자 백팩에 물 가득과 선크림, 배를 든든히 채울 음식들도 챙겼다. 정말 기대한 하이킹이라 설레기도 하고, 계획대로 잘 되어야 할텐데라는 살짝의 긴장감도 든다. 날씨가 살짝 흐려서 추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겉옷도 챙기고, 등산 스틱도 챙기면 끝!

 

첫 2.5 마일 정도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고, 이후 Devil Staircase에 도착하면 가파른 경사의 스위치백 (지그재그길)이 1마일정도 이어진다.

 

 

초반엔 아직 힘이 넘치는 중. 날씨가 흐려서 첫 구간은시원하게 올라갔다. 스위치 백 이후에 3마일을 쭉 가다보면 Devil Staircase 트레일이 끝나고 Death Canyon Shelf 와 Teton Canyon 트레일 (백패킹) 과 합쳐지는 구간이 나온다. 원래 AllTrail맵으로 따라가면  Death Canyon Shel f트레일을 쭉 따라 Phelps 호수로 가지만, 우리는 Teton Canyon의 모습을 더 보고싶어서, 백패킹 트레일을 좀 따라갈 예정이다. 여러 트레일로 이어지는 갈래길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오프라인 맵을 다운받으면 좋다. 특히 이런 긴 트레일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큰 낭패이기 때문에, 하이킹을 할 때는 하이킹 지도를 꼭 다운받는 것을 추천한다. 표지판이 잘 되어있겠지, 길을 물어볼만 한 다른 하이커들이 많이 있겠지, 인터넷이 터지겠지 라는 등의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드디어 Death Canyon Shelf의 모습이 보인다. Shelf는 캐년 위 고원 (혹은 선반) 지형으로 넓은 전망과 야생화 초원이 펼쳐지는 곳이다. 데이 하이커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Death Canyon Shelf 트레일을 쭉 따라 걸으면 백패커들이 머무는 캠핑존이 있다. 이 트레일의 끝에는 Phelps호수가 있는데, 우리는 호수 대신 Teton Canyon 트레일 방향으로 향한다. Teton Canyon 트레일은 백패킹 트레일이기 때문에 데이 하이킹을 하는 우리에게는 딱히 목적지라 할 만한 곳은 없다. 그냥 2시 정도까지 계속 걷다가 하산을 시작하는 것으로 목표로 걷는다. 넓은 초원지대에 앞선 하이커들이 밟아 놓은 흙길을 따라 걷는데, 큰 오르막이 없어서 걷기 좋았다.

 

이 곳은 여름에 야생화 천국이다. 더 만개한 꽃을 보려면 7월이 가장 적기라고 한다. 하지만 8월 중순, 아직도 고지대에는 예쁜 야생화가 잔뜩 펴있었다. 마치 제주도의 유채꽃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제주도와 다른 점은 꽃 앞에서 사진찍는 게 무료라는 것(?)ㅎㅎ 

계속 걷다보니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Phelps 호수로 가는 길 대신 우리는 쭉 직진을 해서 Teton Canyon의 모습을 담으러 간다. 

 

 

드디어 점심 타임! Death Canyon Shelf 트레일 어느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부터 우리는 3일전 출발하는 날에 싸왔던 김밥을 마저 까먹었다.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와서 살짝은 뻣뻣하지만, 등산하면서 까먹는 김밥은 여전히 맛있다. 오랜 등산 탓에 발에 땀도 차고, 발바닥도 뻐근해져서 발도 편하게 쉬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뒤에 보이는 shelf의 모습이 정말 웅장하다. 산에 오를 때는 계속해서 흐린 날씨여서 덕분에 시원하게는 올라왔지만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 이제 곧 하산할 시간이 되니 날씨마저 맑게 개고 있다! 사진 예쁘게 찍고 가라는 하늘의 뜻인가?

 

어느덧 시간은 1시쯤이 되었다. 2시 정도에는 하산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살짝의 여유가 있었다. 캐년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던 우리는 결심했다. 구석진 곳에 우리의 무거운 백팩을 잠시 두고, 빠르게 걷고 오기로! 가방을 두고 다녀오는 게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하이커들도 거의 없고,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짐을 가져가지는 않을 거기 때문에 빠르게 다녀오기로 했다. (설마 곰이 가져가는 건 아니겠..)

 

 

김밥으로 속도 든든히 채우고, 가방을 벗으니 몸도 가볍겠다 우리는 Death Canyon Shelf 트레일을 따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이 넓은 대 자연에 딱 우리 둘 뿐이다.

 

사실은 백패킹을 해야만 볼 수 있는 Teton Canyon의 모습.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백패킹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다. 사진에 보이는 피크들은 다 해발 10,000피트 (3,000미터)이상의 높은 산들이다. 

 

바로 앞에 우뚝 선 피크의 모습. 산의 꼭대기가 평평한 모습이 일반 산의 모습과 달라 독특한 풍경이다. 이런 넓은 초원위의 shelf(선반)의 모습은 그 동안 다른 미국 로드트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초원에는 야생화가 펼쳐지고, 선반 위로 경치가 확 트이니 마치 하늘과 더 가까이 있는 기분이다. 사진 찍으라고 날씨까지 도와줘서 맑은 하늘 아래에 티턴 능선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조용한 트레일에는 가끔 지나가는 백패커들과 심지어 트레일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연히 만난 두 백패커 커플은 여자는 한 손에 야생화를 하나씩 잔뜩 꺾어서 부케처럼 만들어 놓았고 (사실 이러면 안 된다! 예쁘다고 야생화를 꺾으면 이 산의 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지도.. 사진만 많이 찍고 꽃들은 예쁘게 산에서 자라게 해주자.), 남자는 벨트에 엄청 무시무시한 총을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를 걱정하는 말투로 "여기 곰 정말 많아, 최소한 베어 스프레이라도 들고 다녀."라며 걱정을 해줬다. 근데 난 그 때, 보이지 않는 곰 보다 눈 앞에 있는 총이 더 무서웠다(ㅋㅋㅋ)

 

 

어느덧 시간은 2시가 넘어간다. 우리가 처음에 계획했던 하산 시간이다. 이 트레일을 쭉 따라 걷다보면 Teton Crest 트레일의 끝이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 백패킹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준 곳! 언젠가는 하이킹 대신 백패킹으로 다시 도전해 볼 날이 오겠지?

 

하산을 앞두고 신난 모습. 확실히 트레일을 더 깊이 걸어갈 수록, shelf와 산맥의 모습이 더 장관을 이룬다. 층층이 보이는 암석 사이로 풀들이 자라 있어서 그 경계가 더 명확하게 보인다. 가장 밑에는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았을 노란 꽃들이 만개해있다. 아.. 정말 아름답다!

 

아까 도시락 먹던 자리로 다시 돌아오니 가방이 다행히 그 자리에 있다. 가방을 얼른 메고 하산을 시작한다. 해질녘엔 특히 야생 동물들이 많이 출몰할 수 있어서 부지런히 내려가야 한다. 벌써 10마일 (16km)이상을 걸어서 슬슬 발바닥과 오른 발목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마지막 Devil Staircase 스위치백 부분에 다시 도착하니 발이 많이 아팠다. 잠시 신발을 벗고 쉬면서 발목 마사지도 충분히 한다. 확실히 20마일 이상의 장거리 하이킹은 발에 많이 무리가 오는 듯 하다. 

 

무사히 트레일을 마치고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3박 캠핑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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